뻐꾸기는 명금류의 둥지를 기생부화에 이용하고, 그것도 매우 알맞은 샹태에 알을 낳는다. 뻐꾸기 암컷은 양어미가 언제 알을 낳는지 정확하게 관찰한다. 영어미는 작은 부리울새가 될 수도 있고 바위종다리나 할미새, 개개비가 될 수도 있다. 암컷 뻐꾸기의 머리속에는 자신이 태어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란 양어미의 종이 각인되어 있어서 대개는 자신의 태어난 새의 둥지를 찾는다.
여기서는 ‘개개비의 둥지에서 자란 빠꾸기’라고 가정해보자. 이 암컷 뻐꾸기는 개개비가 갈대숲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부화하는지 관찰한다. 이 일은 아주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 양어미가 될 개개비가 뻐꾸기를 발견하면 ‘적의를 품고’ 즉시 쫓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수컷 뻐꾸기의 경우는 더 쉽게 눈에 띄기 때문에 교란작전이 동원되기도 한다.
암컷 뻐꾸기는 둥지 주인이 수컷 뻐꾸기를 쫓아내는 동안 몰래 둥지에 접근한다. 둥지에 이미 알이 2-3개 있을 때 자신의 알을 재빠르게 낳아 이곳에 몰래 섞어놓는 것이 가장 좋다. 암컷은 둥지 주인의 알 하나를 밖으로 밀어내고 그곳에 자신의 알을 낳는다. 그렇지 않고 둥지가 비어있을 때 알을 낳으면 둥지 주인은 낯선 알이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것이다.
뻐꾸기가 제때 알 낳는 시기를 놓치면 주인 새의 알은 너무 일찍 알에서 나오고 뻐꾸기 알은 늦게 나와서 시달림을 당할 수도 있다. 양어미의 새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거나 둥지를 노리는 동물이 주인 새의 알과 뻐꾸기 알을 물어가면 실패로 돌아간다. 이처럼 기생부화는 쉬운 일이 아니다.
뻐꾸기는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십여 개의 알을 낳는데 그 알 하나하나를 맡길 적당한 둥지를 찾아야 한다. 이 말은 양어미가 될 새의 둥지가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암컷 뻐꾸기 한 마리가 십여 개의 둥지를 관찰하는 것은 조류학자가 관찰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새알을 노리는 동물을 망원경으로 지켜볼 수도 없고 동지마다 표시를 하는 기술을 사용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여러개의 작은부리울새의 둥지를 찾으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므로 인내가 있어야 하고 또 행운도 따라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은부리울새가 많아야 한다. 그에 반해 개개비는 하천변 서식지의 갈대숲마다 따로따로 둥지가 있어서 찾기가 쉽다. 경우에 따라서는 개개비 서식지를 찾을 때 1킬로미터만 확인해도 충분할 때가 있다. 이런 까닭으로 개개비는 전부터 뻐꾸기에게 바람직한 둥지를 제공해왔다.